많은 미디어들을 보며, 인간관계 사이의 갈등은 누군가의 악의보다 서로의 오해와 서운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좋은 의도로 한 말이었는데 상대방에게 의도가 잘못 전달되어 상처를 주거나, 피곤하다는 이유로 가까운 사람에게 경솔하게 말을 해버리는 일 등입니다.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연인 간의 주요 난제라고 생각하지만, 나는 이런 문제가 인간관계 전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, 이 아이디어의 확장을 사람들이 좀 더 폭넓게 공감할 수 있도록,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 느껴봤을 부모님에 대한 서운함을 소재로 풀어내보고 싶다고 생각하였습니다.
'어린 시절의 감정을 소재로 다루었기 때문에 영상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따듯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의도하였습니다. 부드러운 파스텔톤을 선정하고 작품 내 오브젝트들도 따듯한 컬러와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있는 물체를 골라 통일성 있는 디자인으로 제작하였습니다. 캐릭터는 포근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서운함을 상징하는 캐릭터로서 ‘슬픈 표정의 봉제인형’을 콘셉트로 디자인하였습니다.
또 영상의 전반적인 이야기가 방 한 칸을 기준으로 진행되기 때문에, 컷을 더 효율적이고 완성도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경을 3D 모델링으로 제작하고자 하였습니다. 영상의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모델링은 실사적이기 보다 로우폴리 풍의 장난감 하우스 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.
작업은 우선 전체 영상의 스토리보드를 작성한 뒤, 각 화면에 맞는 모델링 화면을 촬영하고 그 위에 드로잉을 얹는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.
초기에는 캐릭터 드로잉의 컬러도 제한적이고 평면감이 부각되어, 3D 배경과 어울리지 않고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.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종이 인형을 잘라 현실의 그림자를 보고 연구하며 3D와 2D의 조화를 연구하였고, 여러 번의 과정을 거친 후 현재의 이미지를 굳히게 되었습니다.
초기 디자인에서는 3D가 드로잉과 어울릴 수 있도록 카툰 렌더링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. 그러나 카툰 렌더링 특성이 차갑고 작업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옥테인 렌더 방식으로 제작 방법을 전환하였고 이후 라이팅을 한 번 더 변경하여 현재와 같은 씬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.